권민호 개인전 《축원의 가루 Powder of Blessing》
PaTI 상주 스승이자 일러스트레이션 스튜디오 ‘빛나는 몽상’ 지도 스승인 권민호 작가의 개인전 소식입니다. 이번 전시는 파티 재학 및 마친배우미와의 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마친배우미 SAA의 이산하는 디지털 및 스크린 프린팅을, 마친배우미 도이는 전시장 내부 구조물을, 재학배우미 대한은 그래픽 표시 장치 제작으로 함께하였습니다.
🎥 인터뷰 영상
전시 서문
명절 때, 아버지 고향으로 가는 길 뒷좌석 창가로 보이는 풍경은 큰 즐거움이었다. 큰 고속도로가 뚫리기 전에는 구불구불한 산길을 넘고, 먼지가 휘날리는 비포장 도로를 지났다. 그러다 초현실적인 풍경과 마주했다. 그것은 도시에서 자란 국민학생이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거대한 쇳덩이로 이루어진 구조물이었다. 먼 풍경이 아니라 차창을 내리면 저기 돌아가는 원통의 열기와 증기를 바로 느낄 수 있을 법한 가까운 거리였다.
명절은 매년 돌아왔고, 아버지의 차는 다시 산길과 비포장도로를 달렸다. 멀미가 날까봐 겁이 났지만, 그때마다 그 거대하고 무서우면서도 동시에 멋진 풍경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차는 깨끗하게 닦인 새 고속도로를 따라 달렸고, 뒷자리에서의 기다림은 끝이났다.
유년 시절의 강렬한 기억 때문이었을까? 나는 지금 그때 내가 매혹되었던 풍경을 그리는 작가가 되었다. 내가 그리는 것은 산업화의 풍경이다. 강변의 발전소, 석유를 비축했던 비밀기지, 담배 제조창 등을 그리며,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물질적 풍요의 토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다. 이번에는 시멘트와 그것을 생산하는 공장 차례다. 나는 그동안 진행해 온 풍경화 작업처럼, 이번에도 내 화폭의 한가운데에 이 회색빛 가루의 공정을 담아내려 한다.
어릴 적 아버지 차 뒷좌석 유리창 프레임을 통해 스쳐 지나갔던 산과 물 대신, 그 쇳덩이 구조물이 특별히 내 눈에 들어온 이유는 그것이 그 자체로 내게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 준비를 위해 방문했던 시멘트 공장에서, 어릴 적 보았던 그 쇳덩이가 시멘트 공정의 핵심 설비인 소성로(klin)라는 것을 알았다. 이번에는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에서 그 열기와 질감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더 가까이 다가가 보고 싶었지만, 그것은 너무 뜨겁고 거대했다. 무섭기도 했다. 뜨겁고 거대한 쇳덩어리의 숲 속에서 나는 중세의 성전을 떠올렸다.
나는 우리가 익숙하게 누리고 있는 형형색색의 풍요 뒤에 숨겨진 잿빛의 풍경을 드러내고, 그 속에서 느꼈던 숭고미를 관객들과 공유하고 싶다. 우리가 더 이상 조망하지 않는 산업화의 상징들이 지금 우리가 누리는 화려함의 토대임을 보이고 그것이 가진 고유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한다.
권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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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2024.8.12~10.12
곳. 한양대학교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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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크린 프린팅 | SAA 이산하(한배곳 마친배우미), 정성훈
그래픽 표시장치 설치 | 원대한(더배곳 배우미)
포스터 디자인 | 권준호
전시진행 | 한양대학교박물관 황나영, 이남영
후원 | 한국시멘트협회
인터뷰 진행︱김세연
촬영·편집︱전수민